영진고등학교 홍성태 교장. 63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는 그의 동안 비법은 11년째 유지하고 있는 현미채식이다.

학생 23명은 콜레스테롤이 감소했고, 25명은 체중이 줄었고, 27명은 체지방이 감소했다. 또한 아토피피부로 힘들어하던 학생 2명, 소화불량이던 학생 2명, 여드름이 있던 학생 5명, 지방간이 있던 1명의 증상이 모두 사라졌다. 단 103일 만에 말이다. 그리고 이 기적은 영진고등학교에서 일어났다.

대구 영진고등학교 학생들이 콜레스테롤•체중•체지방의 감소 등 질병 완화 효과를 보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궁금한 건 절대로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 한달음에 대구에 있는 영진고등학교를 찾아 홍성태 교장선생님을 만났다. 그는 갑작스러운 방문에 당황하지 않고 담담히 말해 주었다. “현미채식이 답입니다.” 그의 말인즉슨, 103일 동안 고기나 가공식품 등을 일절 금한 채 철저히 현미 채식을 시켰다고 한다. 그렇게 했더니 학생들의 증상이 완화되고, 심지어 성적도 향상되었다.

여전히 의구심 가득한 기자를 앞에 앉혀두고, 그는 차분히 추가적인 설명을 시작했다. 영진고교가 채식 급식을 하게 된 것은 작년 1학기 초였다. 이미 11년째 비건 채식을 해오고 있는 교장선생님이 직접 채식 효과를 체험한 후 제안한 것이다(실제로 그는 63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한 피부에, 염색 한 번 해본 적 없는 검은 모발을 유지하고 있었다). 결코 그의 독단적인 결정은 절대 아니었다.

제안서를 내서 교사들이 투표를 하였고, 육식을 좋아하는 교사 1명을 제외한 모두가 찬성표를 던졌다. “그 반대 의사를 보인 1명의 교사가 고맙더라고요. 여긴 민주주의 사회이고, 저도 김일성은 아니니까.” 그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모두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영진고교는 매주 월요일 고기를 먹지 않는 ‘미트 프리 먼데이’(Meat-free Monday, 비틀스 멤버던 폴 매카트니가 제창한, 환경을 위해 매주 월요일은 고기를 먹지 말자는 운동) 대열에 들어섰다. 환경공학 박사인 그는 채식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강하게 역설했다.

“미국의 민간 환경연구기관인 월드워치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온실가스의 51% 이상이 축산업에서 발생한다고 해요. 소에게 먹일 곡물을 사람에게 먹이면 20억 명을 먹일 수 있고, 그에 따른 비효율도 막을 수 있죠.” 그는 여러 가지 자료들을 보여주며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영진고등학교의 학생수는 1046명. 하루 먹는 그릇 수만 해도 2000그릇이 넘는다. 이 그릇수만 줄여도 환경과 학생들의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그렇게 주 1회 채식 급식을 시작했다.

1. 꼭꼭 씹어 먹으면 현미의 참된 맛을 느낄 수 있다.
2. 일반 급식 시간. 매주 월요일 채식 급식을 실시한다.
3. 대구의 명문사학 영진고등학교.
4. 촬영 당일 급식 메뉴. 비빔밥과 유부 된장국, 고구마 맛탕, 김치, 사과. 젓갈을 넣지 않은 김치와 염도를 낮춘 양념장의 맛이 깔끔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실시한 채식 급식은 예상 외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여기서 좀더 발전해 올해부터 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현미채식시범학교’로 지정되었다. 이제는 일주일에 한번이 아닌, 매일같이 현미채식을 하는 강도 높은 급식을 하게 된 것이다.

“사실 현미채식은 비용이 많이 들어요. 일반 급식이 2800원인 데 반해, 현미채식은 5000원가량의 비용이 들죠. 아무래도 일반미 대신 현미를 사용해야 하고, 채소 또한 몸에 좋은 유기농을 사용해야 하니까요. 나머지 2200원의 비용은 교육청에서 지원받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점심•저녁 식사뿐 아니라 가정에서 먹는 아침•주말 식사도 현미채식을 하는 강도 높은 코스였기 때문에, 아이들의 자율성을 존중했다. 처음 신청한 인원은 교직원 22명, 학생 34명. 부모들은 ‘아침•주말 식사를 반드시 채식으로 먹이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하였고, ‘채식 전도사’ 황성수 박사와 김성희 대구가톨릭대 의대 교수, 이덕희 경북대 의대 교수 등의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았다.

전문가를 초청하여 현미채식이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대한 강의를 듣는 시간도 가졌다. 단순히 현미채식을 하는 것은 먹기 힘드므로, 현미채식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함이었다.

“사실 먹고 싶은 것을 100일 이상 참는다는 것은, 어떤 일이든지 할 수 있는 강한 정신력을 키워주는 것이죠. 지금의 경험을 통해 사회에서도 굳건할 수 있는 강한 정신력을 기를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많았다. 현미채식은 어머니의 역할이 중요한데, 약한 마음에 아이에게 고기를 먹이는 부모들이 하나둘 생겨난 것이다. 또한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기나 가공식품 등의 금기 음식을 먹는 아이들도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은 자연스레 적극적 그룹과 소극적 그룹으로 나뉘어 갔다.

1. 화기애애한 현미채식 급식시간. 선생님과 담소를 나누며 백 번 이상 꼭꼭 씹어 먹는다.
2. 드넓은 영진 고등학교의 전경.

현미채식 급식을 시작한 지 73일째 되는 날이었다. 영양사 선생이 교장선생님에게 슬그머니 다가와 말했다. “교장선생님, 있잖아예. 현미채식하는 아중에 아토피 있던 애가 깨끗이 나았다 카대예.” 3학년 조민혁(19) 군의 이야기였다. 조군은 아토피로 가려움을 참지 못해 긁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피범벅이 되기 일쑤고, 팔다리는 노출할 생각조차 못했다.

팔이 소나무 껍질 같아 항상 토시를 끼고 다닐 정도였다. 어릴 때부터 온갖 병원에 다 다녀보고, 알로에•황토 등을 바르고 안 해본 것 없이 온갖 노력을 다했지만 근본적인 치료가 되지 않았다. 자라면서 서서히 낫는 경우도 있다고 하여, 조군과 그의 부모는 일단 기다려 보기로 했다. 하지만 차도가 없었다. 그러던 중 학교에서 현미채식을 하게 되었고, 아토피가 완치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3학년 황정섭(19) 군은 현미채식으로 11kg을 감량했다. 키 162cm에 몸무게 75kg 이던 황군은, 이른바 과체중이었다. 심지어 지방간 진단도 받았고, 비만 때문에 코골이도 심했다. 밤에 잠을 자면, 같은 방을 쓰던 아버지가 옆방으로 잠자리를 옮길 정도였다. 그런 황군의 몸무게가 64kg으로 줄었다. 살이 빠지니 에너지가 생기고 활력이 붙었다. 그러다 보니 욕심이 생겨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도 스스로 2kg을 더 감량했다.

오랜 시간 앉아서 공부해야 하는 수험생들에겐 변비는 어쩔 수 없는 질환이다. 그런데 현미채식을 시작한 학생들 모두 현미식 3일 만에 변비 고민에서 탈출했다. 그뿐만 아니라 더욱 중요한 것은 적극적으로 현미채식에 참여한 그룹의 성적이 모두 향상되었다. 현미채식 급식을 시작하기 전후의 성적을 비교하면, 현미채식을 적극적으로 참여한 학생 62%의 성적이 향상되었다. 현미채식을 통해 학생들의 컨디션이 향상되면서 집중력이 좋아진 것이다. 결과적으로, 현미채식을 적극적으로 참여한 학생들이 학력평가에서 1, 2, 3등을 나란히 차지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해맑게 웃는 영진고 학생들.

어느덧 시간이 흘렀고, 교육청 지원기간이 끝나 현미채식 프로그램을 종료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들이 교장선생님을 찾아왔다. 말인즉슨, 일반 급식을 먹으면 원래 몸 상태로 돌아갈 것이라 했다. 기껏 아토피, 여드름, 비만으로부터 해방되었는데, 이전 상태로 돌아갈까봐 겁이 난다고, 수능 전까지만이라도 지금의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현미채식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었다. 약 2개월 동안, 학생들은 집에서 채식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녔다. 하루 두 끼의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니는 아이들을 보고, 교장선생님은 마음이 아팠다. 수능 전까지만이라도 현미채식을 먹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했다. 그래서 10월 4일부터 교사 23명, 학생 6명의 소규모 인원으로 수능 전까지 현미채식 급식을 유지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학교의 급식은 매우 공격적이다. 학생의 기호나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획일적인 메뉴만을 제공한다. 홍 교장은 “장애인이 한 명밖에 없다고 해도 장애인을 위한 엘리베이터는 존재해야 합니다. 급식도 똑같습니다. 소수를 위한 대안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라고 말했다. 학교 급식으로 점심 혹은 저녁까지 해결하는 아이들에게, 학교 급식은 평생의 입맛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식(食)’교육도 교육의 일종이다. 올바르고 건강한 식사를 통해 제대로 된 입맛을 자리 잡게 해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리고 영진고등학교가 이 변화의 물꼬를 텄다. 이것이 멈추지 않고 널리 퍼져나가 제대로 된 급식문화를 형성하는 데 일조하기 바란다.

현미채식 식단표

* 철저한 현미채식에 지친 아이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채식 짜장, 채식 튀김 등의 메뉴도 제공했다. 영진고교 학생들이 실제로 먹었던 현미채식 학교 급식 식단의 2주분을 공개한다.